한국전쟁 때 우리가 개성을 수복하기 어려웠던 군사/지형적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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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중요한 결론 3가지입니다.
1. 우선 개성을 안정적으로 방어하려면 개성 북쪽의 임진북예성남정맥의 대부분을 차지해서 서부전선을 예성강하구와 경기도-황해도 도계선 근처, 즉 금천군까지 올려야 합니다.
2. 그러나 연천과 철의 삼각지대가 북한의 영토라면 북한이 개성을 북쪽 방면 외에 북동쪽, 동쪽에서도 공격할 통로가 열려 포위당해 고립되어 전멸할 위험이 큽니다.
3. 따라서 결국 개성 지역을 남측에서 안정적인 방어, 유지를 하려면 먼저 연천과 철의 삼각지대를 차지해야 한다는 선행조건이 딸려 버립니다. (즉 이들을 차지하지 못하면 남측에서 개성 방어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흔히 많은 사람들이 가장 아까워 하는 것이 한국전쟁으로 인해 전쟁 전 우리 땅이었던 개성을 북한에게 빼앗겼다는 사실입니다. 실제 개성은 고려의 수도이기도 하고 여러 역사적 유적, 유물들이 많으며 분단 전 인구 수로 10위 안에 들었을 정도로 규모가 있던 도시여서 이를 빼앗긴 것은 두고두고 아깝다고 생각할 만합니다. 또한 현재 개성 시내가 가장 가까운 판문점에서 10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대한민국에서도 엄청 가까운 거리라 이를 되찾지 못한 것은 더 아깝고 가슴 아플 수 있습니다.
다만 이와는 별개로 실제 한국전쟁 시 우리가 개성을 수복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유엔군이 우리 국민들만큼은 아니어도 개성의 역사적 중요성을 몰라서 개성을 버린 것도 아닐 뿐더러 특히 개성을 가짐으로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여러 군사적 이점과 지정학적 메리트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실제 유선엽 장군과 리지웨이 장군은 상부에 건의해서 개성을 수복해서 서부전선을 예성강까지 올려야 서울의 젖줄인 한강이 죽은 강이 되지 않고 배가 통항할 수 있게 되며 서울에서 거리가 멀어져 수도로 안전히 기능할 수 있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유엔군도 실제 서부전선에서 옹진반도와 연안반도는 가차 없이 포기하면서도 개성은 여건이 된다면 충분히 수복하는 것을 허락하였고 실제 국군도 1.4후퇴 이후 추후 중공군의 춘계 공세가 닥치기 전에 개성 시내까지 진출한 적도 있었을 정도입니다. 물론 그 뒤 중공군의 춘계공세가 오면서 다시 남쪽으로 후퇴한 후 개성으로 다시는 진출하지 못했고 북한의 영토로 굳어집니다.
그러나 그 당시 유엔군, 국군이 개성을 수복하기 힘든 이유가 따로 있었는데 이는 아래 두 지도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빨간선은 38선, 초록색은 각각 개성 진출 고려 전 유엔군의 진출선 (즉 캔자스선)과 유엔군이 개성과 미수복 경기도를 수복 한다고 할 때 북상하는 서부전선도 (즉 예성강하구 및 황해도-경기도 도계선) 그리고 개성 수복에 더불어 철의 삼각지대까지 진출했을 때의 예상 전선도입니다.
우선 38선 원상복귀의 경우 개성 시가지는 우리 영토이지만 바로 위의 송악산부터 천마산, 임진북예성남정맥 줄기 모두가 북한의 영토입니다. 즉 이는 서울로 비유하자면 사대문안은 우리 땅이지만 북한산, 도봉산은 모조리 북한 땅이라 이렇게 되면 송악산과 일대에서 북한이 개성을 훤히 감제할 수 있어 심심하면 도발을 일삼게 되고 개성은 애초에 전선에 가까운 데다 감제고지를 모조리 북한이 가지게 되어 개성을 우리가 방어할 수 없습니다. 즉, 38선 원상복귀하게 되면 개성 시내를 도로 되찾을 수 있음에도 이 이유로 우리는 미련 없이 38선 원상복귀를 우리는 포기하게 되었습니다.(즉, 38선 원상복귀하는 조건으로 개성을 수복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포기하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국군, 유엔군이 말하는 개성의 수복은 개성 시내까지만 딸랑 먹는 38선 원상복귀안 같은 것이 아닌 개성 시내는 물론이고 더불어 임진북예성남정맥의 댜부분을 획득해서 서부전선을 예성강하구와 황해도-경기도 도계선 근처까지 진출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노란색은 캔자스선에서 개성, 미수복경기도까지만 회복했을 때 중공군의 예상되는 공격 루트입니다
캔자스선에서 개성과 미수복 경기도만을 서부에서 북상해서 회복한다고 할 경우 개성에서 남쪽으로 후퇴할 수 있는 길은 판문점을 통해 장단, 문산을 거치는 길과 조강을 건너 김포로 남하하는 길 두 개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개성과 개풍, 장단만 수복했고 철의 삼각지대를 가지지 못하게 되면 중공군은 개성을 여러 방면에서 포위하여 공격할 수 있게 됩니다.
1. 봉산/신계 - 평산 - 금천 방면으로 남하
2. 토산에서 장단으로 남하
3. 안협에서 삭녕을 거쳐 남서쪽으로 개성 공격
4. 철의 삼각지대에서 연천을 공격한 후 연천에서 서쪽으로 개성 진출
5. 철의 삼각지대에서 연천, 포천 일대로 동시에 진출하여 서울 방면으로 공격하고 남동진해 화천 방면으로 공격
-> 철의 삼각지대를 온전히 북한이 가지는 상태에서는 북한과 중공군이 동서방면으로 평산-토산-안협-철의 삼각지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면서 개성, 연천, 포천 일대로 동시에 남하하면서 개성을 북쪽과 동쪽에서 포위할 수 있게 됩니다.
-> 그럼 북쪽과 동쪽에서 중공군에 의해 개성 일대를 공격받으면 후퇴하는 길은 오로지 조강을 건너 김포로 가거나 판문점 일대의 좁은 길을 지나 임진강 건너 문산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칫 고립되어 전멸할 위험이 있습니다.
결국 개성과 미수복 경기도를 모두 수복하더라도 해당 지역을 안전하게 유지하려면 철의 삼각지대를 같이 수복해야 한다는 조건이 딸려버립니다.
한편 아래 그림에서 노란색은 캔자스선에서 개성, 미수복경기도에 철의 삼각지대까지 수복했을 때 중공군의 예상되는 공격 루트입니다.
철의 삼각지대를 우리가 수복하게 되면 우선 황해도와 강원도를 잇는 경로 (토산-안협-철원) 이 루트는 대한민국에 의해 차단됩니다. 그리고 안협과 평강 사이의 좁은 통로가 있어도 전선 바로 코앞이라 우리에게 감시당해 중공군과 북한이 이를 활용할 수 없게 됩니다. (점선으로 표시). 즉 철의 삼각지대를 수복하면 전선 위의 북한의 동서 연결을 차단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결국 중공군이 개성을 공격하는 길은 북쪽 방면에서만 남아 있게 되고 북동쪽, 동쪽 방면에서의 통로는 없어집니다. (즉, 이쪽 루트는 우리가 가지게 됩니다.) 북쪽 방면만 남아 있을 경우 임진북예성남정맥 산줄기가 있어 충분히 방어할 수 있습니다
즉, 요약하자면 철의 삼각지대를 수복하면 개성과 미수복 경기도 일대가 없어도 안전하게 서울과 수도권 일대를 방어할 수 있지만 반대로 개성과 미수복 경기도만 수복해 버리면 철의 삼각지대는 북한이 가진 상태에서 자칫 북쪽, 북동쪽, 동쪽 방면에서 남하하는 중공군에 의해 포위당해 고립되어 전멸될 가능성이 크고 그럼 기껏 수복한 개성과 미수복 경기도 일대를 다시 내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유엔군은 우선 중부전선의 심장부인 철의 삼각지대를 먼저 집중 공략해 탈취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개성 일대는 철의 삼각지대를 수복하여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된 후 추후 탈환을 고려했습니다. 그러나 개성 일대로 진출하려고 할 때 휴전 회담이 판문점에서 시작되었고 이 주변이 회담장이 되면서 중립 지대가 되어 임진강 너머 더 진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이로 인해 결국 개성과 미수복 경기도 일대는 회복하지 못하고 북한에게 넘겨준 채로 휴전선이 그어지고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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